ithinkso

수진의 마음이 수진에 의해 꼭꼭 숨겨진 지 7년째다.

“저는 마음이 없어요.”

“네?”

“지금 저한테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이 없다고요. 어디에 숨겨놨거든요.”

“아… 저는 또 저한테 마음이 없다는 줄 알고 덜컹했네요. 마음은.. 왜 숨겨둔 거예요?”

“예전에 연애할 때 크게 상처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마음을 빼서 치료하고, 깨끗하게 씻기고, 천으로 단단히 싸매서 어딘가에 숨겨놨어요. 또 상처받을까 봐.”

“저 상처 안 줄 자신 있어요. 수진 씨도 지금까지 봐서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 숨겨둔 마음, 찾아서 저 주면 안 돼요?”

“….한번 찾아볼게요. 저도 다시 마음을 갖고 싶어졌어요.”

집에 돌아온 수진은 숨겨둔 자신의 마음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그걸 어디 뒀더라…”

하지만 아무도 못 찾도록 꼭꼭 숨겨놓은 데다가 시간이 꽤 흐른 탓에 그녀 자신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럴 동안 남자는 수진의 마음을 받지 못할까 봐 초조해져 갔고, 결국엔 무리수를 두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수진 씨. 사실 제가 수진 씨 마음 훔쳤어요.”

“네? 그게 무슨.. 저도 어딨는지 모르는 제 마음을 어떻게 훔쳐요?”

“몰라요, 그냥 수진 씨의 마음이 절 이끌었나 보죠.”

“아니, 그래도 찾았으면 저한테 먼저 알려주셨어야죠! 다시 돌려주세요!”

“못 돌려줘요. 애초에 그 마음 저한테 주려고 찾았던 거 아니에요?”

“이런 분인 줄 알았다면 안 그랬을 거예요. 그거 그냥 가지든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당신이랑 안 만날 거니까.”

“수.. 수진 씨! 잠깐만요, 수진 씨! 제 말 좀 들어봐요!”

‘그까짓 마음 따위, 앞으로도 나한텐 필요 없어.’

수진은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남자를 뒤로한 채 떠났다.

하지만 수진은 모를 것이다. 아기처럼 연약한 수진의 마음은 그녀의 작은 가방에 담겨 집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진 씨… 사실 수진 씨 마음 못 훔쳤어요… 그렇게 말하면 진짜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요..”

미처 닿지 못한 남자의 말만이 공허하게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