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hinkso

나는 위대한 뱀파이어인 로드리게이스의 혈통을 이어받은 키모 백작이다.

과거 우리 뱀파이어는 인간의 범주를 초월하는 능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다고 들었다. 인간들은 모두 우리를 두려워했고, 우리는 인간의 목에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아 흡혈하며 배를 채웠다. 그렇게 흡혈 된 인간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얼마 후 뱀파이어의 부하로 깨어났다. 바야흐로 뱀파이어의 세상이었다.

다만 과거 뱀파이어에겐 굉장히 큰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햇빛에 닿으면 재로 변하는 것이었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인간 세상을 어지럽힌 것에 대한 신의 저주였다. 물론 밤에만 활동하는 것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우월한 우리가 낮에는 인간을 흡혈할 수 없고 숨어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래서 우리 뱀파이어는 저주를 풀기 위해 과학적, 비과학적 할 것 없이 다방면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저주를 풀 마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햇빛 아래서 흡혈할 인간을 물색하고 있다. 다급하게 현관으로 뛰어 들어가는 인간,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가는 인간, 상하의에 가방과 신발까지 검은색으로 착용하고 들어오는 인간.


저 인간이다..!

나는 예전부터 검은색을 좋아했다. 딱 뱀파이어의 색이지 않은가? 나는 점 찍은 검은색 인간의 집으로 몰래 숨어들어 지켜봤다. 천천히 괴롭히다가 배를 불릴 생각도 있었고, 과거 뱀파이어 때부터 이미 야행성이 몸에 밴 까닭도 있었다. 그 인간은 내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지친 듯 검은색 가방을 내려두고 검은색 옷을 벗더니 다른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밤이 되었다. 인간은 작은 조명만 켜고 침대에 앉아 폰을 보고 있었다. 이제 나의 시간이 왔다.

그 옛날 저주를 풀 마법을 외웠을 때, 우리 뱀파이어는 햇빛에 닿아도 타지 않게 됐지만 얼마 뒤 부작용으로 몸이 보잘것없이 작아졌다고 한다. 나는 인간의 손톱만 한 크기의 몸으로 검은색 인간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위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