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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희

Inter-view, 2023-05-12

프로필사진

"덜하거나 과함 없는 그대"

알록달록 예쁜 꽃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살랑이는 봄바람을 따라 집 근처 산에는 사람이 북적인다.

나는 등산이랑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등산복 차림을 하고 북적이는 사람을 보니 등산에 저절로 호기심이 생겼다. 사람들은 산에 왜 갈까? 하지만 주변에는 모두 나처럼 '등산'에 '등'자도 모르는 사람들 뿐.

그러던 중 아이띵소 인스타그램에 자주 태그를 해주시는 분 중에 등산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단 걸 알게되었다. 이런 우연이! 나는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녀는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인터뷰장소사진

항상 제품 착용하실 때 태그해 주시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제가 아이띵소 가방이 진짜 많거든요. 집에 10개 정도 있습니다.

오… 저보다 많이 가지고 계신데요?

직원보다 많이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인터뷰 제의 주셨을 때 기분 좋았어요. 평소에 좋아하던 브랜드에서 인터뷰하자고 해서 신기하고 좋더라고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며) 저 이것도 적어서 왔어요.

혹시 mbti에 j가 들어가시나요?

(웃음) 맞아요. 말을 조리 있게 하고 싶어서 준비해왔습니다.

이렇게 정성 가득하게… 감동이에요.

인터뷰를 위해서 준비해주신 정성 가득한 메모라, 감동이었다.

산을 좋아하셔서 산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보통 산과 관련된 직업이 무엇 인지 모르니 지금 무슨 일을 하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아웃도어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의 대장님이시잖아요. 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주로 산행 관리라든지, 다른 대장들 관리, 인스타 계정 관리, 다른 크루와 콜라보 등 운영에 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인데 나이에 기준이 있는 건가요?

사실 젊은 시리즈가 있어요. 젊은 산악인들의 모임, 젊은 캠퍼들의 모임, 젊은 러너들의 모임이 있어요. 이 모임의 가입 기준은 만 35살까지 가입이 가능합니다.

오 정말 나이 기준이 있네요.

네. 오로지 나이만 봅니다. 그것 때문에 신선해서 오시는 분도 계세요.

그러면 체력이 안 좋아도 상관없나요?

네, 저희는 다 열려있어요. 대신 또 활동을 하다가 나이가 35살이 넘으셔도 내쫓지 않아요. 이 모임을 만든 분이 본인이 35살이 넘지 않을 줄 알고 35살로 기준을 정했는데 본인도 그 덫에 걸려서 나가게 되었어요. (웃음)

산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엄청난 이유라기보다는 산은 항상 덜하거나 과함 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게 좋더라고요. 자연 그대로를 느끼고, 변함없는 그 자리에 있는 산이 좋아요.




문득 엄마가 보고 싶어 졌다.

그녀의 말을 듣고 엄마가 떠오른 것을 보니 그녀에게 ‘산’의 의미처럼, 나에게는 ‘엄마’가 그런 존재인가 보다. 내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내 옆에서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이제 날씨가 풀리면 등산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추천해 주실 산이 있을까요?

정말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산을 추천해 드리자면 인왕산을 추천드립니다. 거기가 낮에도 예쁜데, 밤에 특히 예뻐요. 그렇게 높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인왕산 좋죠. 주말에 사람 정말 많더라고요. 딱 등산하고 서촌에 맛집 많으니깐 마무리까지 완벽하죠.

맞아요. 딱 그 코스로 좋은 것 같아요.

인왕산 정상에서의 야경. 출처 : 젊은산악인모임 인스타그램, @ymc__kr

등산을 안 가본 사람들은 짐을 챙기는 것조차 어려운데 혹시 등산을 할 때 꼭 챙겨야 하는 물건이 있을까요?

사실 이게 어떤 산인지, 낮에 가는지 밤에 가는지에 따라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물통, 보조배터리는 꼭 챙기시면 좋겠어요.

만일에 대비해서 구조 요청을 할 때는 배터리가 없으면 위험해서 꼭 필요하죠. 겨울에는 해가 금방 떨어지다 보니 헤드랜턴 같은 게 있으면 좋아요.

영하 20도에 백패킹도 하셨더라고요. 당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때 제가 김포 문수산이라는 곳을 갔거든요. 가기 전에 추운 건 알고 갔지만 해가 떨어지고 텐트를 치고, 밥 먹을 준비를 하니깐 그때부터 살얼음이 끼더니 가져간 삶은 달걀이 그냥 얼어버렸어요.

라면 끓여 먹으려고 가스도 다 챙겨갔는데 가스도 얼어서 못 먹고, 챙겨온 과자만 먹었어요. 텐트에 온도계를 걸어놓고 자고 일어나니깐 영하 23도더라고요. 텐트 안도 살얼음으로 바뀌었어요. 저도 역대급으로 추운 날로 기억해요.

새벽 요가도 하시고 정말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요즘은 특히 추워서 아침에 일어나기 더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요가를 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웃음) 오늘도 새벽 요가 다녀왔어요. 사실 새벽 요가는 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그냥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좋더라고요. 집에서 나오기까지가 힘들지 막상 새벽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가 알차고 재밌더라고요. 제가 힘들어도 채찍질하고,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가봐요.

인터뷰에도 아이띵소의 SQUARE BAG 1.8을 메고 나오셨다.

인스타를 보면 패션 센스가 너무 좋으세요. 아웃도어룩의 완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양말이랑 반다나에 신경을 써요. 반다나를 머리나 목에 하기도 하고, 가방에도 달아서 포인트를 주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 반다나가 정말 많아요.

저는 사진 찍고, 찍히는 걸 좋아해서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서 코디를 생각하고 가요. 산에서는 밝은 컬러가 잘 나와서 밝은 아이템을 꼭 착용해요.

인스타아이디가 설블리시잖아요. 솔직히 인스타아이디에 '-블리'를 많이 넣으시는데, 정말 그 단어랑 딱 어울리시는 분을 처음 봤어요.

(웃음) 사람들한테 다 세뇌시키고 있죠.

인스타에 사진을 보면 색감이나 구도가 전문 포토그래퍼가 찍은 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예뻐요! 사진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사진을 잘 찍는 비법이 있나요? 보정법도 궁금해요.

저는 필름 카메라를 좋아해서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찍어도 노이즈를 넣고, 색감도 필름 카메라처럼 보정을 하고 있어요.

산에서 사진을 찍을 때 잘 나오는 구도나 포즈가 있을까요?

포즈는 웃거나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는 게 잘 나오는 것 같아요.

2021년에 생일을 네팔에서 트레킹을 하시면서 보내셨더라고요. 앞으로도 생일을 네팔에서 보내시고 싶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어요. 지인분이 네팔 트레킹 하시는 분을 아셔서 ‘다 같이 네팔에 트레킹을 하러 가자’라는 말이 나와서 우연하게 시작됐어요.

제가 살면서 혼자 네팔이란 나라를 또 언제 가보겠나 생각으로 가봤는데 새로운 풍경과 네팔이라는 곳 자체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또 다른 코스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네팔에 계속 방문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우연하게 매년 제 생일과 인접한 날에 가서 생일을 네팔에서 보냈어요. 그러면서 매년 내 생일엔 더 높은 곳에서 보내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한국에서 등산할 때랑 네팔에서 등산할 때 차이점이 있을까요?

보통 네팔 산이라고 하면 더 힘들 것 같은데 제가 느끼기에는 한국 산이랑 난이도는 크게 차이가없는 것 같아요. 대신 해발이 높아지다 보니깐 고산병이 올 수 있어요. 저는 다행히 고산병은 없었는데 같이 간 지인분들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해발이 높은 곳은 사실 일상생활만 해도 힘들잖아요. 해발이 높은 곳에서는 계단만 올라가도 어지러운데 등산까지 하시는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네요.

저도 그걸 느낀 게 자다가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거예요. 숙소가 해발 3900m였는데 자다가 감기 걸린 것처럼 코가 막혀서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앉아서 잠을 잤던 기억이 나네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한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코로나로 못했던 네팔 트레킹을 재계 하고 싶고, 제가 러닝도 하고 있어서 6대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어요.

물론 말처럼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몇 살까지는 계속 산을 타고 싶다. 이런 목표가 있을까요?

저는 할머니가 돼서도 산을 타고 싶거든요. (웃음) 젊은 아웃도어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웃음) 이것도 제가 써오긴 했는데.

(웃음) 아 정말 감동이에요.

질문 만들어주셨는데 그래도 차분하게 잘 말하고 싶어서 적어왔어요.

제가 생각하는 청춘은 하고 싶은거, 도전하는 거에 두려워하지 않는 게 청춘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아직 해보지 못한 것도 많아서 계속 새로운 거에 도전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에이 이 나이에 뭘 해’ 이런 게 아니라 ‘나도 저런 거 해볼까?’ 이런 마인드로 생각하는 게 청춘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내내 그녀는 겸손하게 대답을 했지만 매번 힘들게 산에 올라 달콤한 성취감을 맛본 사람답게 맑음 그 자체인 사람이었다. 티 없이 맑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다보니 나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꼭 나의 든든한 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따뜻함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덜하거나 과함 없는 나의 그대.


Editor : 서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