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띵소 | ithinkso 아이띵소 | ithinkso



설해냄

Inter-view, 2024-04-12

“플로리스트 설해냄”

괴짜 꽃집. 이 꽃집을 설명하는 말 중에 가장 처음 만난 단어였다. 나는 인터뷰이를 찾을 때 자신만의 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설해냄 플로리스트가 그랬다. 그녀만의 특이한 듯 따뜻한 문구들로 표현된 이곳은 바로 플라스틱이 없는 친환경 꽃집이다. 꽃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이번엔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을 가지고 꽃집 문을 두드렸다.

꽃이 너무 예쁘네요! 우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의 꽃집이 조금 특이해요.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제로 플라스틱을 실천하자’라는 모토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연 친화적인 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처음 제로 플라스틱 꽃집이라는 걸 듣게 돼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꽃집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좀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했어요.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잘 아프다든지 피부가 확 뒤집어진다든지 이런 경우가 많다 보니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환경을 좀 지키는 방향으로 더 흘러갔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제가 진로를 꽃집으로 정하게 된 이후부터는 평소에 갖고 있던 이런 철학이랑 연결시켜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플러스로 저는 사실 꽃다발 받는 거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꽃다발을 받으면 약간 처치 곤란 느낌이 되게 커서 그게 싫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포장지에서부터 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포장지가 단순하고, 처리하기 쉬운 꽃다발이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한번 시도해 보자 이렇게 됐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어떤 자연 친화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제일 많이 나가는 상품이 꽃다발이기 때문에 꽃다발의 작은 부분들도 다 좀 친환경적인 것들로 바꿔나가는 데 제일 노력했어요. 포장재를 원래는 플로드지라고 해서 색이 들어간 비닐을 많이 쓰는데 그게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공단 리본도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 쓰레기인데 그것만 바꿔줘도 훨씬 좋더라고요.


근데 그런 부분은 쉽게 바뀔 수 있는데 제가 제일 고심했던 게 꽃다발 안에 물주머니로 포장을 해야 하잖아요. 저 4~5년 전에 초창기만 해도 그런 생분해 비닐이 너무 생소한 거여서 별로 없었거든요. 횟집 가면 테이블보로 깔아주는 그 비닐이 생분해 비닐이더라고요. 심지어 그걸 사서 제가 오려서 막 써보기도 하고. 또 다른 걸로도 써보다가 에이 안 되겠다, 내가 생분해 비닐을 만드는 공장에 발주 넣어서 물 포장용으로 작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저같이 이런 상품을 찾아 헤매는 플로리스트와 같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부자재 브랜드도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직접 실천하시는 게 너무 대단한 거 같아요

맞아요. 이게 궁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없으니까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저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이런 친환경 포장된 꽃다발을 받았을 때 손님들의 반응은 보통 어떠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끔 몇몇 손님들은 좀 더 포장 신경 써달라고 하시기도 해요. 근데 그분들의 마음도 이해 가거든요. 혹시 배송 중에 꽃이 상하진 않을까,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저는 딱 받으셨을 때 기분 좋게 만들려고 꽃을 더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론 포장이 간단하니까 풀어서 집에 두기에 너무 편하다고 오히려 받는 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꽃집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계시는데 그럼 꽃집 밖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건가요?

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족한 게 많고, 아직 일회용품을 많이 쓰고는 있지만 열심히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요. 빵집에 가면 트레이에 어차피 유산지 깔고 빵 담잖아요. 그럼 그냥 그 종이째로 안고 와요. 원래 빵 하나하나 비닐에 넣어주시잖아요. 이런 그때그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노력해요.


‘포장은 거들 뿐’,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꽃을 만드는 플라워에이블’ 이런 슬로건도 눈에 띄었는데요. 그러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어차피 손님들이 꽃을 가져가시면 포장을 풀어서 꽂아놔야 하잖아요. 저는 이 순간에 예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저한테는 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화병꽂이를 많이 판매하는데, 딱 종이 포장만 풀어서 테이블에 놓으면 되니까 손님들도 그걸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선도잖아요. 그래서 신선한 꽃을 제공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예전 인터뷰에서 ‘내가 잘하고 있나? 너무 아집을 부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그럴 때 조금씩 흔들린다고 하셨는데 어떤 순간에 흔들리게 되는 건가요?

가장 큰 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가 제일 고민스러웠어요. 좀 더 예쁘게, 좀 더 포장에 신경 써주실 수 없냐라든지. 저는 친환경적인 메시지도 너무 중요하지만 꽃집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거든요. 근데 꽃집의 본질은 받는 사람이 기분 좋을 꽃을 파는 게 1번인 거잖아요.


그렇게 흔들렸을 땐 어떤 식으로 마음을 다잡아 오신 건가요?

사실상 상품성이 좋아야 하는 게 핵심인데 친환경적인 꽃의 상품성이 엄청 좋으냐를 고민했을 때 간극을 메우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거의 정답은 저도 아직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딱 완벽한 방법을 찾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그냥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나를 믿고 꾸준히 하는 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표님처럼 친환경 꽃집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요?

친환경 꽃집 창업반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분들한테도 항상 말씀드리는 게, 나중에 장사를 하게 되면 친환경 꽃집 너무 좋다. 하지만 여기는 자선 환경 단체가 아니라 꽃집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된다.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좀 해드리는 편이에요. 이게 막 꿈만으로 ‘친환경적인 거 너무 좋아요. 너무 대단하십니다.’ 이렇게만 제가 응원을 해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그걸 경험을 해봤으니까.





한 드라마에서 그랬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지 말라고.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다가, 그러다가 성공하면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불러준다고. 국내 최초 제로 플라스틱 꽃집을 꾸려나가고 있는 설해냄 플로리스트와도 맞닿아 있는 대사였다. 본인을 믿고 그냥 꾸준히 하는 것. 나는 이미 설해냄 플로리스트가 그녀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이곳으로 꽃집을 이전하셨잖아요. 여기 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엔 엄청 막막했어요. 진짜 막 머리 싸매고 끙끙 앓고. 생각보다 넓은 데로 오니까 이걸 어떻게 채워야 하지? 그리고 새로운 동네가 너무 낯서니까 막막하고. 근데 여기 공사를 다 당근마켓으로 근처 업체 찾아서 했는데 다들 저렴한 가격으로도 너무 꼼꼼하게 잘 해주기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약간 설레지는 상태.


좋은 출발이네요. 근데 올라오면서 보니까 3층이라 사람들이 지나가다 들어오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저희가 내향형이라 그런지 전에 1층이었을 땐 물론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재미가 또 있긴 한데, 약간 가끔은 쑥스러울 때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꽃 작업을 하다 보면 지저분해질 때가 되게 많은데 1층이라 다 보이니까 힘들었어요. 그래서 좀 가려질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 대신 1층보다 위층에 있으면 임대료가 더 저렴하니까 그 아낀 걸 마케팅으로 쓰자. 그 생각으로 이번엔 1층은 일부러 아예 안 봤어요. 약간은 숨어 있고, 약간은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재미를 주도록(웃음) 그렇게 만들었어요.


주인을 닮은 꽃집이네요. 하하하. 사실 설해냄 대표님 이름 처음 봤을 때 되게 확 꽂혔는데요. 그만큼 좀 특이한 이름의 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냉장고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 중에… 이게 라넌큘러스 버터플라이라는 꽃인데 하늘하늘 나비 같아서 그 이름이 붙었나 봐요. 이름이 되게 꽃같이 예뻐요.


그리고 지금 겹으로 되어 있어서 좀 티가 안 나는데 겹이 아닌 꽃은 금붕어가 뻐끔뻐끔하는 듯한 모양이거든요. 꽃 하나하나가 되게 동그란 금붕어 같아서 이름은 금어초예요.


이름처럼 진짜 닮았어요! 혹시 이 많은 꽃 중에서 대표님과 가장 닮은 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닮은 꽃? 약간 또 재밌는 게 있어요. 튤립을 물에 꽂아놓으면 줄기가 자라요. 그래서 부케도 딱 예쁘게 만들어 놓잖아요. 나중에 튤립만 쭉 올라와 있어요. 저의 키는 작지만 이렇게 계속 무럭무럭 자라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튤립으로 답변할게요.


좋습니다.(웃음) 전 사실 물에 꽂아 놓으면 꽃을 피우는 것도 신기했거든요. 왜냐면 줄기가 잘려있으니까. 근데 줄기도 자란다니..

그렇죠. 뿌리가 없는데도. 생각보다 꽃은 강인하고 신비로운 아이예요. 근데 그만큼 또 관심도 가져줘야 해요. 그냥 가만히 둔다고 해서 자라진 않고, 물도 잘 갈아주고 하면 오래 보실 수 있어요.


엘리멘탈 캐릭터를 모티브로 만든 부케

예약할 때 꽃다발이나 부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저희 진짜 재밌는 거 많이 받았어요. 어떤 분이 공연을 보러 가는데 공연 포스터 보여주시면서 이 색감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부케 손님 중에 기억에 남는 거는 사귀면서 처음으로 받았던 꽃다발 사진 보여주시면서 이걸 모티브로 부케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분들은 엘리멘탈을 좋아하셨는지, 아니면 그 영화에 무슨 이야기가 있으셨는지 그 캐릭터를 모티브로 부케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사실 그게 평범한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좀 어려운데 되게 도전 정신을 불타오르게 만들어요.


얘기로만 들어도 재밌네요. 대표님은 이렇게 많은 부케를 만드는데, 본인이 들 부케를 만든다면 어떤 꽃, 어떤 느낌으로 만들고 싶나요?

이게 그때그때 너무 달라서 매일매일 마음이 바뀌거든요. 저는 매주 꽃시장에 가니까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꽃이 나오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전 결심한 게 딱 그 주에 꽃시장을 가서 내 눈에 제일 예뻐 보이는 꽃을 와락 잡아가지고 딱 그걸로만 만들어져 있는 부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하하


지금 4월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 꽃은 어떤 건가요?

조금 시즌이 늦을 수도 있는데 아마 화훼 단지 가면 구근 식물들이 정말 많이 나올 거거든요. 대표적으로 히아신스, 튤립 이런 아이들인데 요즘 같은 봄에 정말 예쁘고 향기도 좋아요. 근데 주의하실 점이 구근 식물들의 향기가 애완동물한테는 좀 안 좋아요.


지금까지 꽃으로 많은 분께 행복을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대표님의 행복은 어떤 걸까요?

제 행복. 그냥 너무 예쁘다고 말해 주시는 거. 그리고 저희 꽃 덕분에 예쁘게 사진 찍고 너무 도움 됐다는 반응 하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그만큼 꽃을 보내기 전까지 엄청 전전긍긍하거든요. 왜냐하면 엄청 소중한 순간에 꽃을 찾으시는 거잖아요. 그런 순간에 저희 꽃이 들어간다는 게 가끔은 되게 부담으로 올 때가 있어요.


소비자로서는 꽃집 사장님들이 그런 부담감을 갖고 계실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럼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대표님은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춘은 뭐든 해봄, 가끔 해냄이다.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이름이 해봄이에요. 전 제 이름이 뭔가 한계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해내는 건 다 해낼 수는 없는데 그냥 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강아지는 해봄이라고 지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혹시 꽃이 보기 싫을 때도 있나요?” 설해냄 플로리스트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더니 덧붙였다. 막상 꽃을 보면 또 좋더라고. 사실 저렇게 예쁜 꽃들도 보기 싫을 수 있을까 싶어서 한 질문이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무나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제로 플라스틱. 설해냄 플로리스트의 친환경 꽃집은 실천을 ‘해봄’이 쌓여서 결국 ‘해냄’이 될 것이다.


설해냄

Inter-view, 2024-04-12

“플로리스트 설해냄”

괴짜 꽃집. 이 꽃집을 설명하는 말 중에 가장 처음 만난 단어였다. 나는 인터뷰이를 찾을 때 자신만의 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설해냄 플로리스트가 그랬다. 그녀만의 특이한 듯 따뜻한 문구들로 표현된 이곳은 바로 플라스틱이 없는 친환경 꽃집이다. 꽃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이번엔 그녀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을 가지고 꽃집 문을 두드렸다.

꽃이 너무 예쁘네요! 우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저의 꽃집이 조금 특이해요.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제로 플라스틱을 실천하자’라는 모토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연 친화적인 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처음 제로 플라스틱 꽃집이라는 걸 듣게 돼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꽃집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좀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했어요.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잘 아프다든지 피부가 확 뒤집어진다든지 이런 경우가 많다 보니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더 환경을 좀 지키는 방향으로 더 흘러갔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제가 진로를 꽃집으로 정하게 된 이후부터는 평소에 갖고 있던 이런 철학이랑 연결시켜서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플러스로 저는 사실 꽃다발 받는 거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봤을 때 꽃다발을 받으면 약간 처치 곤란 느낌이 되게 커서 그게 싫었던 거 같아요. 근데 그 예쁜 쓰레기라는 말이 포장지에서부터 왔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포장지가 단순하고, 처리하기 쉬운 꽃다발이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한번 시도해 보자 이렇게 됐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어떤 자연 친화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제일 많이 나가는 상품이 꽃다발이기 때문에 꽃다발의 작은 부분들도 다 좀 친환경적인 것들로 바꿔나가는 데 제일 노력했어요. 포장재를 원래는 플로드지라고 해서 색이 들어간 비닐을 많이 쓰는데 그게 재활용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공단 리본도 재활용이 안 되는 일반 쓰레기인데 그것만 바꿔줘도 훨씬 좋더라고요.


근데 그런 부분은 쉽게 바뀔 수 있는데 제가 제일 고심했던 게 꽃다발 안에 물주머니로 포장을 해야 하잖아요. 저 4~5년 전에 초창기만 해도 그런 생분해 비닐이 너무 생소한 거여서 별로 없었거든요. 횟집 가면 테이블보로 깔아주는 그 비닐이 생분해 비닐이더라고요. 심지어 그걸 사서 제가 오려서 막 써보기도 하고. 또 다른 걸로도 써보다가 에이 안 되겠다, 내가 생분해 비닐을 만드는 공장에 발주 넣어서 물 포장용으로 작게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저같이 이런 상품을 찾아 헤매는 플로리스트와 같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부자재 브랜드도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직접 실천하시는 게 너무 대단한 거 같아요

맞아요. 이게 궁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없으니까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저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이런 친환경 포장된 꽃다발을 받았을 때 손님들의 반응은 보통 어떠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끔 몇몇 손님들은 좀 더 포장 신경 써달라고 하시기도 해요. 근데 그분들의 마음도 이해 가거든요. 혹시 배송 중에 꽃이 상하진 않을까,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진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저는 딱 받으셨을 때 기분 좋게 만들려고 꽃을 더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론 포장이 간단하니까 풀어서 집에 두기에 너무 편하다고 오히려 받는 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꽃집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계시는데 그럼 꽃집 밖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건가요?

네.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족한 게 많고, 아직 일회용품을 많이 쓰고는 있지만 열심히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요. 빵집에 가면 트레이에 어차피 유산지 깔고 빵 담잖아요. 그럼 그냥 그 종이째로 안고 와요. 원래 빵 하나하나 비닐에 넣어주시잖아요. 이런 그때그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노력해요.


‘포장은 거들 뿐’,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꽃을 만드는 플라워에이블’ 이런 슬로건도 눈에 띄었는데요. 그러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나요?

어차피 손님들이 꽃을 가져가시면 포장을 풀어서 꽂아놔야 하잖아요. 저는 이 순간에 예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저한테는 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화병꽂이를 많이 판매하는데, 딱 종이 포장만 풀어서 테이블에 놓으면 되니까 손님들도 그걸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선도잖아요. 그래서 신선한 꽃을 제공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예전 인터뷰에서 ‘내가 잘하고 있나? 너무 아집을 부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그럴 때 조금씩 흔들린다고 하셨는데 어떤 순간에 흔들리게 되는 건가요?

가장 큰 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가 제일 고민스러웠어요. 좀 더 예쁘게, 좀 더 포장에 신경 써주실 수 없냐라든지. 저는 친환경적인 메시지도 너무 중요하지만 꽃집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거든요. 근데 꽃집의 본질은 받는 사람이 기분 좋을 꽃을 파는 게 1번인 거잖아요.


그렇게 흔들렸을 땐 어떤 식으로 마음을 다잡아 오신 건가요?

사실상 상품성이 좋아야 하는 게 핵심인데 친환경적인 꽃의 상품성이 엄청 좋으냐를 고민했을 때 간극을 메우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거의 정답은 저도 아직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딱 완벽한 방법을 찾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그냥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나를 믿고 꾸준히 하는 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표님처럼 친환경 꽃집을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요?

친환경 꽃집 창업반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분들한테도 항상 말씀드리는 게, 나중에 장사를 하게 되면 친환경 꽃집 너무 좋다. 하지만 여기는 자선 환경 단체가 아니라 꽃집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된다.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을 좀 해드리는 편이에요. 이게 막 꿈만으로 ‘친환경적인 거 너무 좋아요. 너무 대단하십니다.’ 이렇게만 제가 응원을 해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그걸 경험을 해봤으니까.





한 드라마에서 그랬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지 말라고.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다가, 그러다가 성공하면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불러준다고. 국내 최초 제로 플라스틱 꽃집을 꾸려나가고 있는 설해냄 플로리스트와도 맞닿아 있는 대사였다. 본인을 믿고 그냥 꾸준히 하는 것. 나는 이미 설해냄 플로리스트가 그녀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이곳으로 꽃집을 이전하셨잖아요. 여기 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엔 엄청 막막했어요. 진짜 막 머리 싸매고 끙끙 앓고. 생각보다 넓은 데로 오니까 이걸 어떻게 채워야 하지? 그리고 새로운 동네가 너무 낯서니까 막막하고. 근데 여기 공사를 다 당근마켓으로 근처 업체 찾아서 했는데 다들 저렴한 가격으로도 너무 꼼꼼하게 잘 해주기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약간 설레지는 상태.


좋은 출발이네요. 근데 올라오면서 보니까 3층이라 사람들이 지나가다 들어오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저희가 내향형이라 그런지 전에 1층이었을 땐 물론 오가는 사람들과 인사하는 재미가 또 있긴 한데, 약간 가끔은 쑥스러울 때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꽃 작업을 하다 보면 지저분해질 때가 되게 많은데 1층이라 다 보이니까 힘들었어요. 그래서 좀 가려질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 대신 1층보다 위층에 있으면 임대료가 더 저렴하니까 그 아낀 걸 마케팅으로 쓰자. 그 생각으로 이번엔 1층은 일부러 아예 안 봤어요. 약간은 숨어 있고, 약간은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재미를 주도록(웃음) 그렇게 만들었어요.


주인을 닮은 꽃집이네요. 하하하. 사실 설해냄 대표님 이름 처음 봤을 때 되게 확 꽂혔는데요. 그만큼 좀 특이한 이름의 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냉장고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 중에… 이게 라넌큘러스 버터플라이라는 꽃인데 하늘하늘 나비 같아서 그 이름이 붙었나 봐요. 이름이 되게 꽃같이 예뻐요.


그리고 지금 겹으로 되어 있어서 좀 티가 안 나는데 겹이 아닌 꽃은 금붕어가 뻐끔뻐끔하는 듯한 모양이거든요. 꽃 하나하나가 되게 동그란 금붕어 같아서 이름은 금어초예요.


이름처럼 진짜 닮았어요! 혹시 이 많은 꽃 중에서 대표님과 가장 닮은 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닮은 꽃? 약간 또 재밌는 게 있어요. 튤립을 물에 꽂아놓으면 줄기가 자라요. 그래서 부케도 딱 예쁘게 만들어 놓잖아요. 나중에 튤립만 쭉 올라와 있어요. 저의 키는 작지만 이렇게 계속 무럭무럭 자라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튤립으로 답변할게요.


좋습니다.(웃음) 전 사실 물에 꽂아 놓으면 꽃을 피우는 것도 신기했거든요. 왜냐면 줄기가 잘려있으니까. 근데 줄기도 자란다니..

그렇죠. 뿌리가 없는데도. 생각보다 꽃은 강인하고 신비로운 아이예요. 근데 그만큼 또 관심도 가져줘야 해요. 그냥 가만히 둔다고 해서 자라진 않고, 물도 잘 갈아주고 하면 오래 보실 수 있어요.


엘리멘탈 캐릭터를 모티브로 만든 부케

예약할 때 꽃다발이나 부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저희 진짜 재밌는 거 많이 받았어요. 어떤 분이 공연을 보러 가는데 공연 포스터 보여주시면서 이 색감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부케 손님 중에 기억에 남는 거는 사귀면서 처음으로 받았던 꽃다발 사진 보여주시면서 이걸 모티브로 부케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또 어떤 분들은 엘리멘탈을 좋아하셨는지, 아니면 그 영화에 무슨 이야기가 있으셨는지 그 캐릭터를 모티브로 부케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사실 그게 평범한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좀 어려운데 되게 도전 정신을 불타오르게 만들어요.


얘기로만 들어도 재밌네요. 대표님은 이렇게 많은 부케를 만드는데, 본인이 들 부케를 만든다면 어떤 꽃, 어떤 느낌으로 만들고 싶나요?

이게 그때그때 너무 달라서 매일매일 마음이 바뀌거든요. 저는 매주 꽃시장에 가니까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꽃이 나오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전 결심한 게 딱 그 주에 꽃시장을 가서 내 눈에 제일 예뻐 보이는 꽃을 와락 잡아가지고 딱 그걸로만 만들어져 있는 부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하하


지금 4월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 꽃은 어떤 건가요?

조금 시즌이 늦을 수도 있는데 아마 화훼 단지 가면 구근 식물들이 정말 많이 나올 거거든요. 대표적으로 히아신스, 튤립 이런 아이들인데 요즘 같은 봄에 정말 예쁘고 향기도 좋아요. 근데 주의하실 점이 구근 식물들의 향기가 애완동물한테는 좀 안 좋아요.


지금까지 꽃으로 많은 분께 행복을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대표님의 행복은 어떤 걸까요?

제 행복. 그냥 너무 예쁘다고 말해 주시는 거. 그리고 저희 꽃 덕분에 예쁘게 사진 찍고 너무 도움 됐다는 반응 하나가 진짜 너무 좋아요. 그만큼 꽃을 보내기 전까지 엄청 전전긍긍하거든요. 왜냐하면 엄청 소중한 순간에 꽃을 찾으시는 거잖아요. 그런 순간에 저희 꽃이 들어간다는 게 가끔은 되게 부담으로 올 때가 있어요.


소비자로서는 꽃집 사장님들이 그런 부담감을 갖고 계실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럼 마지막 질문드릴게요. 대표님은 청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춘은 뭐든 해봄, 가끔 해냄이다.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이름이 해봄이에요. 전 제 이름이 뭔가 한계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해내는 건 다 해낼 수는 없는데 그냥 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강아지는 해봄이라고 지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혹시 꽃이 보기 싫을 때도 있나요?” 설해냄 플로리스트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더니 덧붙였다. 막상 꽃을 보면 또 좋더라고. 사실 저렇게 예쁜 꽃들도 보기 싫을 수 있을까 싶어서 한 질문이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무나 그녀다운 대답이었다. 식물을 사랑하는 나부터 제로 플라스틱. 설해냄 플로리스트의 친환경 꽃집은 실천을 ‘해봄’이 쌓여서 결국 ‘해냄’이 될 것이다.



Editor : 김수미